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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1 _ 오늘 하루

240925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by 화야룰루 2024. 9. 25.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들 하는데 칼로 물을 벨지 뭘 벨지는 잘 모르겠고 정말 사소하고 결론도 시덥잖게 끝나는 싸움을 우리는 왜 이렇게 반복해야하는 걸까.

 서로의 성격도 다 파악하고 말투도 다 그러려니 하고 있으나 대화의 방식이 달라 매번 싸움이 나는 건 어떻게 맞춰나가야 하는걸까.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건 나의 배려가 부족한 탓일까, 너의 이해가 부족한 탓일까.

서로 내 말이 옳니, 니 말이 틀렸니 하기도 이제는 지친다.

그래봤자  또 다음에 다른 주제지만 똑같은 문제로 싸우겠지.

A에 대해 물으면 A에 대해서만 말해줬으면 좋겠는 나와

A에 대해 물음을 당하면 A+B 를 복합으로 말해서 또 다시 A에 대해 묻게 하는 너. 

복합적으로 답을 들어 헷갈려서 다시 질문을 하는 나와

아까 대답했는데 왜 또 묻냐는 너.

너가 대답을 이상하게 해서 다시 묻게 만들었잖아 라고 말하는 나와

자기는 대답을 잘했고 내가 말귀를 못알아듣는다고 말하는 너.

 

오전에는 추가로

 

두 번 말하기를 싫어하는 나와 두 번 묻는 걸 무서워 하는 너.

부르는 걸 잘 못 드는 너와 두 번 부르는 걸 지쳐하는 나.

여러번 말하는 걸 지쳐해서 한번에 우수수 쏟아내는 나와 다시 물으면 뭐라할까봐 응응하는 너.

단어 이상하게 쓰면 꼭 지적해서 고쳐줘야하는 나와 자기가 쓴 단어도 맞다고 그게 요지가 아니라고 하는 너.

 

 

아침까지만 해도 좋았어.

니가 말귀를 못 알아듣고, 내가 부르는 목소리도 4번이나 못 듣고, 대답도 대충했어도 그래도 그냥저냥 괜찮았어. 

오늘 시골에 가서 일도 잘했고 맛있는 회덮밥으로 늦은 점심도 먹었지

그래 집까지 또 운전해서 온다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우리 간만에 기안84 음악여행보면서 나름 즐겁게 치막도 했는데다

치우고 나서 정말 이렇게 사소한 걸로 싸우게 될 지 꿈에도 몰랐어.

 

오늘도 넌 눈알을 부르르 떨며서 열변을 토했더랬지.

난 알고 있어. 넌 항상 욱하면 눈알을  히번득거리며 부르르 떤다는 걸.

넌 화낼 때 세상에서 젤 큰 눈으로 변해. 

우리가 나중에 딸을 낳으면 우리 딸은 너처럼 눈이 컸으면 좋겠어. 

그리고 너 목소리도 엄청 커져서 내가 목소리 높이지 마라고 밤이라고 주의를 주었었지.

그래 알아 내 목소리도 너 못지 않게 엄청 크다는 사실을.

근데 넌 내가 제지하지 않으면 너무 커져서 민원 들어올까봐 좀 걱정이 돼.

난 남한테 피해주는 게 정말 싫어.

 

그래도 다행이야. 오늘 관리사무소에서 인터폰이 울리지 않네

다행히도 나름 큰 목소리는 아니었나 보다.

 

사실 오늘 너랑 다투면서 우리 다투는 소리를 음성녹음 해보았어.

너한테 들킬까봐 걍 눌러놓고 열심히 싸워봤는데

니가 우리 다투는 녹음파일을 들으면 어떤 반응일 지 궁금하다. 

 

우리 결국엔 내가 잘했네 니가 잘못했네 하긴 했지만

그래 서로 분에 못이겨 답답해미치긴 했지만

그러면서 의미없이 흐지부지 싸움도 끝났지만 
그래도 뭐  크게 감정 상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해.

 

몇일간 또 이렇게 저렇게 지내다가

또 말투나 대화방식으로 싸울 수도 있겠지.

넌 또 그 때마다 눈을 히번득 거리며 부르르 떨겠지만

I am OK 

난 상관없어.

 

그래도 싸우는 와중에 분리수거 해주고 와주어 참 기특하고 고맙다.

너가 매번 분리수거 해 주고 설거지 해 준 덕분에 난 요새 게으름이 좀 더 늘었어.

우리 매번 너무 친구같고 편해서 툭닥툭닥 많이 싸우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처럼 감정 크게 상하지 말고 대충 잘 풀어보자.

 

너무 잘 풀려고 하면 또 싸울 수도 있으니

너무 논리적으로 어떻게든 잘 풀려고 하지말고 대충 잘 풀어보자.

나는 너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도 그러려니 해보도록 할게.

내가 그러려니가 안되는 사람인 걸 누구보다 너가 제일 잘 알겠지만

그래도 그러려니 하도록  노력해볼게.

그러니 너도 내가 뭐 물으면 그거에 대해서만 답해주라.

말도 좀 논리정연하게 딱 해줬으면 좋겠지만

그거는 예전부터 잘 안되는 거 같으니까 나도 대충 포기할게.

 

앞으로도 분리수거랑 상치우기, 설거지를 잘 해줬으면 좋겠어.

그거만 잘해줘도 자기는 70점 이상은 되는 멋진 남편이야! 

난 복받은 마누라고.

 

한번씩 되도 않게 싸우기는 해도  자기를 사랑함에는 변함이 없어.

친구같고 동생같은 남편인데 때론 든든하기까지 한 너.

하지만 잊지마 내가 자기보다 1년하고도 20일이나 빨리 태어난 누나라는 걸.

내가 우리집 서열 1위라는 걸.

 

앞으로도 툭탁툭탁 잘 지내 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