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문 바로가기
룰루 4 _ 연애 그리고 결혼/680일동안의 연애

211225 마지막 연애 그 시작.

by 화야룰루 2024. 7. 12.

내 마지막 연애의 시작은 21년 12월 25일.

 

내 직장동료 동균이의 소개로 만나게 된 남자였다. 

처음 소개받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가 내 3년 간의 싱글 생활을 청산하게 해 줄지도,  현재 내 남편이 될 거라고도.

그런데 누군가 말했었지. 결혼할 운명이면 알아본다고.

 

난 그를 처음 만나던 날, 딱! 알았다.

그가 나와 결혼할 거라는 걸.

 

그저 뻔한 소개팅일 뿐이었는데

내 이상형도 아니었는데

 

그런데 뭔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나던 날. 그리고 두번째 만나던 날.

 

시간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이끌림도 아니고 설래임도 아니었지만 뭔가 이상하게 잘될 것만 같은 기분.

 

그리고.

 

그는.

 

결국.

 

현재 내 남편이다..

 

 

그리고 이 글은 그가 나와 마지막 연애를 시작하던 그날,

2021년 12월 25일을 기념하며 끄적여 보는 

내 추억 글이다..

 


 

21년 12월 10일, 처음 만남을 가지고 나서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졌지만

그는 나에게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왜일까.

 

내가 여자로 별로 끌렸는 데도 간 보려고 날 더 만나는 것이거나

아니면 그냥 날 가지고 노는 건지 뭔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고

 

성격이 벼락같이 급했던 나는

연애나 썸을 타다가 아니다 싶으면 냉큼 끝내는 경향이 있었다.

 

(그때는 내 마음에 한번 아닌 놈은 끝까지 아니라는 내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었다)

 

그날도.

우리의 21년 12월 25일에도.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모두가 기뻐하던 그날.

난 오늘도 이 남정네가 나에게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냥 끝내야겠다 싶었다. 

15일 정도 연락도 주고받고, 만남도 몇 번 가졌는데

이 중요한 날에도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는 건

 

도저히 내 상식으로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 

 

그래. 난 성격이 급하니까. 

 

그 날은 N off 였던 관계로, 잠을 대충 자고 오후에 만나서 홍게를 먹으러 갔다.

 

게가 아무리 밥도둑이라지만

몇 번 안 만난 남자랑 게 비린내 묻히면서 먹기엔 좀 에러사항이 있었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남들은 스테이크를 썰러 갔을지 모르나, 난 게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뭐 먹고 싶냐는 그의 물음에도

무드 없이 대게 먹으러 가자고 한 나였다. 

 

그러고는 그와 원래 계획대로 시내로 나갔다.

 

한 겨울이라 매우 매우 추웠음에도 스파크랜드엔 사람이 어마무시하게 많았고

관람차를 기다리는 그 줄은 대체 왜 그렇게 긴 건지.

대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추위를 모르는 것인지.

 

난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말이지...

 

그래도 남자라고 내 귀를 꼭 감싸 주고 품어주는 그의 모습에서

새삼 듬직함이라는 걸 느꼈다. 

 

이 녀석.. 자기도 추울 텐데 그래도 날 챙겨주다니 기특한 것.

 

몸은 얼어 죽을 듯한데 그래도 둘이 있으니 참을 만했다.

 

그날의 스파크 랜드와 그와 나.

 

 

내 남편 지금 보니 꽤나 순둥순둥하게 생겼다.

30살의 나와, 29살의 그. 

당시만 해도 코시국이었는지라 둘 다 마스크를 필히 착용하고 다녔다.

 

관람차 위에서 본 대구 시내 / 그와 나

 

그렇게 용케 관람차를 타고 언 몸을 녹이면서 또 한 컷을 남겨보았다.

(마스크 지켜! 얼굴 사수해! 내 현재의 남편!)

 

관람차에서 나름대로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응, 그래 아무 일도.

키스는 고사하고 그 흔한 뽀뽀도. 

 

어릴 때 놀이동산에서 관람차 타보고

너무 오랜만에 타는 것이라  몰랐는데 

요새 관람차엔 칸칸이 CCTV가 있더라.

대체 사람들이 관람차에서 무슨 행위를 하는 건지

그냥 상상만 해봤다.

 

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니께.

 

그리고 집에 왔다.

 

응 내 집에.

아 물론 그도.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맛있는 술과 안주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지어야지.

 

근데 한 가지가 남았었지.

'사귀자'는 그의 한 마디가. 

아직 내 귓가에 들리지 않았더랬지.

 

그래서 '그래.. 썸도 끝낼 때 끝내더라도 술 한 잔 할 수 있는거니께' 하는 마음으로..

테이블을 셋팅하고 있는데

차에 잠깐 간다 했던가 담배를 피우고 온다 했던가

그가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데

쭈뼛쭈뼛 오는 게 아닌가. 

 

바로 눈치를 챘더랬지.

 

응 난 눈치가 빠른 사람이니까.

 

예상했지. 

 

아 드디어!

 

그러고는 그가 내게 내민 장미와

수줍은 그의 말

"정화..... 내 니 남자친구 해도 되겠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의 물음에 정말 3초도 생각지 않고

 

"응!" 이라고 대답해 버린 나란 여자.

 

뜸도 들이고 좀 밀당도 해야 되는데

성격 급한 나는 그런 거 1도 안되고

 

그냥 '이 녀석 고백할 거였음 진즉에 할 것이지'라는 생각뿐 ㅋㅋㅋㅋㅋㅋㅋㅋ

 

사귀자는 말도 그냥 '내랑 사귀자'카면 되지 

니 남자친구 해도 되겠냐고..

친절히 의견을 물어본 전남친 & 현 남편 님. 

 

그렇게 그는 내 마지막 연애의 주인공이 되었다.

 

 

마지막 연애의 시작

 

그 날 집에서 먹은 와인과 케잌